[투자의 심리학] 고점 돌파의 심리학

닉 아밋 피델리티자산운용 투자전략커뮤니케이션팀 총괄이사


지난 3월 전 세계 주요 증시가 신(新)고점을 달성했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일본 증시의 닛케이225지수는 15년만에 처음으로 1만9000선을 돌파했다. 영국의 FTSE100 역시 증시 사상 장중 최고 기록을 세웠다. 시장의 최고점 돌파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일부 전문가들의 말처럼 경계의 신호일까.


이 질문에 간단하게 대답하자면 ‘정반대’다. 신고점을 경계의 신호로 해석하는 데는 심리적 편향이 연관되어 있다. 기술적 분석가들은 시장의 신고가 경신을 강세장으로 가는 대세상승의 전형적인 징후로 판단하고 긍정적으로 본다. 신고가 경신 이후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강화되고 투자자들의 확신이 뚜렷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각 시장의 정점은 전고점 보다 높은 시장상황을 의미하는데, 이는 단기, 중기, 궁극적으로는 장기 고점을 형성한다. 하지만 과거를 되돌아 봤을 때 주식시장은 주주들을 위해 창출되는 실질수익의 증대를 반영하면서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시장의 역사에서 매우 명백하지만, 지난 15년 동안은 일반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여왔다. 미디어에서 신고점 돌파를 자축하는 모습은 한 가지 사실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는 현재 세대가 지난 10년동안 역사상 최악의 폭락장을 두 번이나 경험했기 때문이다. 2000년과 2008년,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상승한 이후 급격한 속도로 폭락했다. 통계적으로 보았을 때 다수의 최고점 돌파가 시장의 피크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15년간 다우존스는 150번의 신고점을 기록했다.


과거를 돌아보면 시장의 마지막 고점은 시장이 조정되거나 안정화 되기 전에 형성됐다는 문제가 있었다. 따라서 시장 고점은 몇몇 투자자들에게 과거 투자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며, 심리적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 때 두 가지의 투자심리 편향이 작용하는데 첫 번째는 시장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앵커링 현상(Anchoring bias)이며, 두 번째는 인지부조화이다.


인지부조화는 대립되는 감정이나 생각을 마주할 때 가지게 되는 감정이다. 투자자들은 한편으로는 과거 고점에 도달했을 때 경험했던 가슴 아픈 기억을 떠올린다. 하지만 다른 한 쪽으로는 ‘시간이 지나면 시장이 상승한다, 시장에는 이전과 달리 지나친 투기도 낙관도 없다, 현재의 강세장은 소비자들의 소비여력 개선을 반영하고 있다, 선진 시장은 점차적으로 회복하고 있다’ 등과 같은 펀더멘털적 증거들을 마주한다. 이렇듯 두 가지 상충되는 아이디어의 압박감 속에 우리는 자신의 믿음을 바꾸거나 상충되는 증거를 무시하는 등 관점을 지지할 수 있는 근거를 찾는 과정을 통하여 인지부조화의 감정을 제거하려고 시도하게 된다.


사실, 인지부조화는 투자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나타나는 심리적 편향이다. 어느 시대 어떤 순간에도 시장이 상승할 것인지 또는 하락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있어 왔다. 인지부조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한 쪽의 의견에 너무 깊게 빠져서는 안 된다. 한 가지 의견에만 집중할 경우, 대립되는 의견을 마주했을 때 나타나는 심리적 불편함을 무조건 무시하거나 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장의 다양한 시나리오와 균형적 확률에 근거한 투자전략과 자산 다각화, 그리고 매입단가 평준화 효과(dollar cost averaging investments) 등을 활용해 시장의 급격한 변화와 앵커링 현상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투자에는 정답이나 오답이 없다. 성공적인 투자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과정이다.


최근 나스닥은 이전 고점인 2000년 3월 5048포인트 기록을 경신하는데 임박했다. 이 최고가는 투자자들이 닷컴에 대한 막연한 기대만으로 투자를 한 TMT버블의 정점이었다. 15년이 지난 지금, 투자자들은 이번 고점도 경계해야 할까.


15년간 다우존스는 150번의 신고가를 경신했으며 S&P 지수는 110번의 신고점을 돌파했다. 또한, 우리는 미국 기술 분야에서 나타난 수많은 혁신과 가치를 지켜봤다. 나스닥 지수는 2000년 당시보다 40% 적은 종목으로 구성된 완전히 다른 존재이다. 여전히 기술주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기술, 통신주에만 편향되어 있던 2000년과는 다르다.


나스닥지수는 현재 애플이 주도하고 있다. 2000년 당시만 해도 존재감이 없는 컴퓨터 제조업체였지만 지금은 컴퓨터 시장뿐 아니라 스마트워치 등 새로운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거대한 글로벌 기술브랜드로 성장했다. 1998년 설립된 구글 역시 2000년에는 인터넷검색 분야에서 영향력은 물론 이름을 들어본 사람도 많지 않았으며, 페이스북은 시작조차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현재 애플, 구글, 페이스북은 모두 수십억 달러의 이익을 내고 있다.


2000년 지수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도 아직 건재하며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배당주를 찾는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주식이다. 미국 기술 섹터는 수익을 전혀 내지 못했던 기업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상승하던 비합리적인 영역에서 벗어나 투자자들에게 주식가치의 상승으로 인한 이익과 더불어 높은 배당수익을 안겨주는 지속적인 혁신이 이루어지는 성숙한 산업으로 변모했다.


따라서 곧 이뤄질 나스닥의 신고점 달성은 우려할 사항이 아닌 마땅히 가야 할 길이다. 오랫동안 드리운 약세장의 그림자에 지친 투자자들은 호황기 시절의 느낌을 잊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회의적인 태도는 오히려 상승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회의적인 태도는 강세장에 불을 붙이지만 낙관적인 시각은 오히려 강세장의 불을 끄기 때문이다. 미국 주도하의 강세장에 대한 비교는 투자자들에게 유용한 관점을 제공할 수 있다. 2009년 3월 시작하여 60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현재의 호황은 전후 미국에 있었던 150개월 넘게 이어진 세 번의 호황기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Posted by 김흥국생명
,

[투자의 심리학] 기술적 진보에 투자하라

닉 아밋 피델리티자산운용 투자전략커뮤니케이션팀 총괄이사


기술적 진보(technical progress)는 기업, 경제, 주식시장의 성장동력이다. 198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던 로버트 솔로(Robert Solow) 교수는 경제 성장의 87.5%는 기술적 변화로부터 야기된다고 추정했다. 역사적으로는 철도, 전기, 텔레비전, 컨테이너 수송, 그리고 20세기 들어서는 인터넷과 게놈연구 등이 글로벌 경제 성장의 기반을 다지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종종 기술과 혁신에 대해 편향적 사고를 갖기도 한다. 지난 20세기말 통신, 미디어, 기술업종에서 발생했던 버블현상은 투자자들이 어떠한 기술적 진보에 대해 옳은 판단과 그릇된 판단을 동시에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닷컴버블의 예를 살펴보자. 당시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이 세상의 모든 것을 변화시킬 것이며, 오프라인 비즈니스는 모두 몰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사실 이러한 예측은 어느 정도 적중했다. 인터넷은 일상생활과 다양한 산업의 형태를 변화시켰다. 이젠 인터넷 없이 뉴스를 접하고, 친구와 만나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물건을 구매하는 세상을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또한 모바일 연결성(mobile connectivity),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등의 기술적 진보는 비디오 테이프, 책, 종이신문과 같은 전통적 비즈니스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기술업종의 버블 붕괴 이후에 진행된 기술적 발전의 여파는 20세기 말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컸다. 인터넷이 경제와 산업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전제는 적중했다.


하지만 문제는 투자자들의 과신과 군중행위, 집단사고 편향이었다. 주식시장의 버블은 사실을 기반으로 형성된다. 하지만 사실이 입소문과 과도한 추측을 거치면 무분별한 밸류에이션 상승을 야기한다. 인터넷 기술의 발전은 시장에서 많은 승자와 패자를 생산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승자는 기술업종 버블현상이 붕괴되고 나서야 생겨났다.



금융위기 이후 기술 및 제약주가 세계 주식시장에서 랠리를 실현했다. 그런데 행동재무적 관점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발생했다. 투자자들은 마치 한 번 혼이 난 아이가 조심하듯이 닷컴버블 당시의 실패를 기억해 매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공포는 투자결정에 있어 매우 강력한 심리적 요인이다.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투자자들은 성장을 이끄는 섹터에 투자하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기술 및 헬스케어 섹터는 웨어러블 기기와 클라우드 컴퓨팅 및 인터넷 연결성, 헬스케어 산업의 유전체학과 면역요법, 바이로테라피(virotheraphy, 바이러스를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방법) 등을 통해 놀라운 성장세를 나타냈다.


일반적으로 혁신기술은 처음 발견된 이후 소비자들의 인식과 시장의 수요 증가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주기를 따라간다. 특정 기술이 홍보 단계에서 실용적인 응용의 단계까지 움직이는 현상은 가트너(Gartner)의 유명한 기술 주기 차트(technology cycle chart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출처: 가트너(Gartner)

하이프 싸이클 그래프에 따르면 혁신적 기술은 발견 초기 단계에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 이후 어느 정도 기술의 발전이 진전된 이후에야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 이는 기술 개발 초반에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 거의 없으며, 제품에 대한 시장의 수요도 대부분 증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떠한 혁신적 기술이 상업적 상품이 되기까지의 여정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이프 싸이클에는 종종 과장되거나 대중적인 실패 혹은 잠재고객 사이에서 나타나는 실망이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기술적 진보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소비자의 요구에 맞게 변형된다는 것이다. 이는 기술이 결정적인 대량 소비를 만들어내는 상품을 만날 때까지 이어진다.


기술적 진보가 언제나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게놈 프로젝트는 1990년대 후반 큰 주목을 받았다. 2000년대 들어 인간게놈 배열이 발표되었을 때 시장은 극도의 흥분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치료방법 정도로만 여겨진다.


1999년 바이오테크 종목은 만병통치약을 통한 일확천금에 대한 기대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새로운 분야의 복잡성과 새로운 연구에 투자되는 비용, 평균 15~20년 정도의 R&D 기간과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 등을 고려하지 못했다. 결국 투자자들의 기대는 시기상조였음이 드러났다.


그런데 최근 들어 헬스케어와 바이오테크 산업 관련주가 다시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는 해가 갈수록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유전체 연구개발에 소요되는 비용 때문이다. 미국 국립인간유전체연구소에 따르면, 2001년 당시 유전체를 배열하는데 약 1억달러의 비용이 필요했다. 하지만 기술적 진보로 2006년에는 비용이 1천만달러 수준까지 줄어들었으며, 지금은 1천달러 정도면 15년전과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기술적 진보를 통한 비용감소는 연구개발의 효율을 높였다.


사물인터넷은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으며, 현재 하이프 싸이클의 정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잠재적으로 더 많은 투자기회를 낼 수 있는 기술테마의 좋은 예시다. 이는 투자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추고 새로운 승자를 식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조사에 전념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산업분야 연구원들은 2014년 현재 전 세계에 160억개의 웨어러블 기기가 존재하는데, 이 숫자는 2020년 410억개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자동온도 조절장치나 건강관리밴드 등의 유용한 단말기가 이미 이용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사물인터넷 테마가 킬러 상품을 통해 소비자의 유용성이라는 인식에 파고들어 시장수요를 이끌어내기 까지는 앞으로 몇 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사물인터넷 테마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진정한 혁신기업이 어떻게 그들의 핵심 혹은 기존의 전문 분야 밖의 사업모델 붕괴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구글은 19년전 웹사이트 검색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정 광케이블(Fibre-to-home), 홈 오토메이션, 구글차, 구글 스마트안경 등 다양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으며 통신기반, 유틸리티, 보험 산업까지 넘보고 있다.


피델리티의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의 진화와 산업에 대한 연구 모델을 세울 때 잠재적 파급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한 새로운 시장 진입이나 새로운 기술 혹은 최종 소비자 수요의 변화가 있을 때 기업이나 산업의 수익률 프로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분석한다. 이런 펀더멘털 조사가 모든 투자자들에게 필수적인 반면 기술의 하이프 싸이클과 하이프 싸이클이 조장하는 심리적 편향을 인지하는 것은 기술 진보의 상황에서 성공적인 투자를 이끄는 핵심이 된다.

Posted by 김흥국생명
,

[투자의 심리학] 인센티브의 힘

닉 아밋 피델리티자산운용 투자전략커뮤니케이션팀 총괄이사


왜 헌혈하는 사람들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제공하면 오히려 헌혈하는 사람의 수가 줄어드는 걸까. 왜 어린이집에 아이를 늦게 찾으러 오는 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하면 오히려 지각하는 부모들이 더 늘어나는 걸까. 부실한 보상체계가 때로는 무분별하고 노골적인 사기로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이러한 현상들은 모두 인센티브의 힘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의 모든 행동은 인센티브와 깊은 관련이 있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인센티브란 우리의 모든 행동과 의사결정의 근본에 있는 동기와 자극을 의미한다. 경제학은 주로 보상과 관련된 인센티브를 연구하지만 이외에도 윤리적이고 강압적인 인센티브 등 다양한 인센티브들이 있다. 즉 올바른 일이기 때문에 혹은 그렇게 해야만 하기 때문에 특정한 행동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


인센티브와 인센티브 구조는 개인과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항목임에도 불구하고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인센티브 제도는 좋은 의도로 만들어졌지만 계획대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헌혈하는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경우 오히려 사람들이 헌혈을 꺼리게 되는 이유는, 헌혈의 일차적인 인센티브가 윤리적이고 자선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헌혈의 값을 어떻게 책정할 것인가도 문제가 된다.


어린이집 사례도 마찬가지다. 지각하는 부모들에게 벌금을 부과할 경우 이전에는 혼자 늦게 와서 느끼는 창피함이 컸다면 벌금 부과 후에는 지각 자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이 경우 금전적 인센티브 보다 사회적 인센티브가 강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렇게 정책이나 인센티브 체계에 대해 예상 밖의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코브라 효과(Cobra effect)라고 한다. 이 말은 인도의 영국 식민지 시절에 유래되었다. 당시 델리에는 독성 강한 코브라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이 국가적인 문제로 떠올랐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 정부는 죽은 코브라 한 마리당 포상금을 지급했다. 정책 시행 초기에는 코브라 수가 감소했지만 ‘기업가’들이 포상금을 받기 위해 코브라를 사육하기 시작하면서 경제적 인센티브로 작용했다. 결국 정책은 폐지됐고, 코브라 수는 처음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인센티브와 인센티브 체계가 우리의 모든 행동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때로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에까지 작용한다. 최근 경제학에서는 부실한 인센티브 체계로 고위 임원진의 무분별한 의사결정을 초래한 기업 회계스캔들 여파로 인센티브 구조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아담 스미스(Adam Smith)가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상인들이 사회적 선(善)을 증대시킨다'는 주장을 펼친 이후 전통 경제학은 인간이 경제적 인센티브에 합리적으로 반응한다고 가정해왔다. 예를 들어 특정 제품의 가격이 오르면 돈을 절약하기 위해 제품을 구매하지 않으며, 우수한 기업의 주식이 저렴하면 주식을 매수하고 비싸면 매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행태재무학(behavioural finance)에 따르면 사람들이 매번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기업의 가치평가 등과 같이 방법론적인 계산이 필요한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종종 합리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곤 한다. 우리는 주식과 업종에 내재되어 있는 공정가치(intrinsic fair value) 이상으로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실제로 2000년 TMT버블 때는 기대가 현실을 앞질렀다.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심한 시기에도 인센티브에 반응한다. 단, 전통 경제학자들이 예상하는 인센티브에 반응하지 않을 뿐이다. 모두가 주가와 가치에 대해 냉철하고 계산적인 평가를 내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심리학과 신경과학이 반영된 행태재무학 실험에 의하면 사람들은 무엇보다 감성적인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시장 매도세(sell-off)에 편승하여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매도하는 것은 합리적인 장기 저축목표와 정반대 되는 행동이다. 신경과학 이론에 따르면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뇌의 부분은 편도체와 측좌핵으로 두려움과 보상의 감정을 처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다시 말해 복잡한 계산과 상위 의사결정을 관장하는 전전두엽 피질 부위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뇌의 두려움과 보상 센터는 우리가 인지하는 것 이상으로 인간의 행동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을 수도 있다.


1950~1960년 대 미국 정부는 안전띠 착용, 계기판 보호패드, 충격보호 유리판(windshield) 등 차량 안전과 관련된 다양한 법률을 도입했지만 오히려 자동차사고는 증가했다. 자동차가 안전해지자 운전자들이 안전운전에 소홀해졌기 때문이다. 즉 차량이 ‘위험’할 때는 운전자들이 더욱 안전운전을 하게 되는 인센티브가 있었던 것이다.


최근 진행된 한 실험이 이를 잘 보여준다. 네덜란드의 두 도시 드라흐텐(Drachten)과 마킹가(Makkinga)에서는 교통 안전을 증진하기 위해 신호등과 표지판을 모두 제거했다. 그 결과는 상당히 놀라웠다. 한 교차로의 경우 이 제도가 시행되기 전 4년 동안 교통사고가 36번 발생했는데 시행 이후 2년 동안 단 2번의 사고만 발생했다. 엄격한 교통규칙이 부재하고 불확실성이 커지자 조심스럽게 운전해야 한다는 인센티브가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책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은 이러한 정책들이 인간의 본성과 인센티브에 대한 반응을 제대로 이해하는 경우는 드물다. 인센티브의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투자분석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예를 들어 투자 대상이 되는 기업의 경영진들이 어떠한 인센티브 환경에 있는지를 살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보상 정책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1990년대에는 CEO가 기업실적 개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상당한 금전적 보상(주가 상승을 통한 차익 실현)을 제공하는 스톡옵션이 인기를 끌었다. CEO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하여 주가가 상승할 경우 이에 기여한 부분을 정직하게 가져가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러한 보상체계를 악용해 단기적으로 실적 악화를 유도한 뒤 공격적으로 실적을 올리거나 회계를 조작해 성공의 환상을 심는 CEO들이 나타났다. 실제로 이들은 이런 방식을 통해 주가 상승을 주도하여 이익을 챙겼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발생한 월드컴(WorldCom)과 엔론(Enron)의 회계부정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두 회사 모두 주가 상승을 유도하기 위해 창의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이익을 부풀리고 비용 인식을 회피했다. 월드컴의 CEO 버니 에버스(Bernie Ebbers), 엔론 회장 켄 레이(Ken Lay)와 CEO 제프리 스킬링(Jeffrey Skilling)을 비롯한 고위 경영진들은 회사가 파산하기 한 달 전부터 수백만 주의 스톡옵션을 매도하여 이익을 챙기려 했다. 이 사건으로 에버스, 레이, 스킬링 모두 사기죄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증시 애널리스트의 역할 중 하나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회계상의 경고를 인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엔론의 2000년 까지 5년간 매출 증가세를 살펴보자. 많은 의문이 생길 것이다. 엔론의 매출은 전례 없이 단 5년 만에 90억달러에서 1000억달러로 증가했다. 2000년에만 매출이 150% 성장했지만 이익은 10% 증가하는데 그쳤다. 엔론은 실현되지도 않은 그리고 발생하지도 않은 매출을 기록했으며 대차대조표에 나타나지 않은 파트너십을 이용해 막대한 손실을 감추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단기 이익을 증가시키기 위한 M&A도 유의해야 한다. 월드컴은 짧은 설립 기간 동안 70건의 M&A를 단행할 정도로 M&A를 이익부풀리기 수단으로 사용했다. 이러한 관행은 2000년 규제 당국이 스프린트(Sprint) 인수 승인을 거절할 때까지 계속됐다. 이 시점에서 월드컴은 손익계산서에 표기되어야 하는 일반운영비용을 대차대조표의 자본적 지출로 처리했다. 이를 통해 월드컴은 내부 감사인에 의해 만행이 발견될 때까지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목표로 하는 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으며, 버니 에버스 CEO는 이 기간동안 스톡 옵션을 대규모로 처분했다.


기업의 재무제표를 검토할 때 또 한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정확한 숫자만큼이나 질적인 분석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기업이 회계공시를 보수적으로 혹은 공격적으로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기업들이 수치를 계산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에 회계는 정확한 숫자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의 회계보고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유익할 수 있다.


이렇게 보상 체계는 경영진의 동기부여 및 리스크 감수 의지에 근본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보너스 체계가 단기 실적주의를 조장하고 과도한 리스크를 감수하도록 부추긴다는 이유로 비난 받았다. 이보다 바람직한 방법으로는 장기 인센티브 플랜(LTIP)이 있지만 이 역시 장기적이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식보유기간을 최소 5년으로 정해 경영진이 오랫동안 많은 주식을 보유하면서 보수와 기업의 장기 성과가 부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센티브는 중요하다. 투자자들의 의사결정 및 기업 경영진의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관련 의사결정을 내릴 때에는 동기부여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장기 투자목표에 부합한 것인지 혹은 단기적인 인센티브에 현혹되어 감정적으로 내린 의사결정인지 자신에게 물어보고 잘 생각해 봐야 한다. 후자의 경우 장기 투자목표에 전면으로 대치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업 회계를 면밀하게 분석하면 최악의 상황을 면하게 해준다는 점 또한 기억해야 한다.

Posted by 김흥국생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