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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스팩(SPAC), 인기는 높지만 성적은 '초라'

올들어 24개가 청구심사…합병결실은 4곳 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처럼 증권사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떠오른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이하 스팩)'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에만 24개가 청구심사를 신청하며 스팩 시장에 봇물이 터졌지만, 실제로 합병 결실은 4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스팩 시장 과열로 인한 합병대상 기업 물색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게 핵심 원인이다.

최근에는 삼성SDS 등 대형 IPO 물건에 자금이 집중되자 스팩은 청약 미달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어, 스팩 합병이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0일 기업 경영성적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올해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접수한 국내 증권사 스팩은 총 24개로, 하반기에만 21개 스팩이 상장을 시도했다.

스팩 상장을 시도한 증권사는 총 18곳이며, KB투자증권이 5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하나대투증권과 현대증권이 각각 2개, 이외 15개 증권사가 각각 1개씩 스팩을 선보였다.

스팩은 우량 비상장기업을 인수합병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류상 회사로, 증시에 상장한 뒤 비상장기업을 합병하는 우회상장 방식을 택한다.

합병 대상인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공개가 힘들 때 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올들어 설립된 스팩들은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특히 9월(7개)과 10월(9개) 두 달 동안 16개의 물량이 쏟아지며 전체의 66.7%를 차지했다.

이중 동부증권의 동부제2호스팩, 한국투자증권의 한국2호스팩,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골든브릿지2호스팩 등 3곳은 상장적격성 심사까지 통과했고,  교보증권의 교보위드스팩은 지난 7일 코스닥에 신규 상장됐다.

하지만 올들어 합병까지 성공한 스팩은 단 4곳에 불과하다. KB제2호스팩은 케이사인과, 미래에셋제2호스팩은 콜마비앤에이치와 합병했다. 하나머스트스팩과 우리스팩2호는 각각 우성아이비, 큐브엔터와의 합병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우리스팩2호는 지난해 상장된 스팩으로, 엄밀히 따지면 올해 상장된 스팩 중 합병까지 성공한 스팩은 3곳이다.

또한 공모를 실시한 스팩 가운데 대우스팩2호와 현대에이블스팩1호는 공모청약에 미달했을 정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팩은 쏟아지고 있지만 투자 열기는 시들해지고 있다"며 "삼성SDS 등 대형 IPO 물건들에 자금이 집중되며 상대적으로 스팩이 소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반기 스팩청약 경쟁률은 최대 285대 1에 달했지만, 하반기 들어 98.86대 1(KB스팩3호), 64.46대 1(신한스팩2호) 등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대우스팩2호와 현대에이블스팩1호는 0.49대 1에 그쳤다.

2009~2010년 스팩이 처음 등장했을 때 증권사들은 과열 경쟁과 M&A 시장 침체로 쓴 맛을 본 바 있다.

2010년 3월 19일 현대증권1호스팩 상장을 시작으로 한 해 동안 18건의 스팩이 설립됐지만 실제 합병까지 이어진 곳은 9곳 뿐이었다. 이후 찬밥신세로 전락했다가 지난해 말부터 수익창출에 목마른 증권사들에 의해 재조명되게 됐다.

한 증권사 IB 관계자는 "내년부터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을 계획한 피합병법인도 지정감사 대상이 되며 투자 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며 "스팩 물량이 쏟아지는 만큼 합병 대상 기업을 찾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김흥국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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