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을 통해 본 기업 구조조정 방법
[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56] 국민연금이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조정안에 찬성하였다. 보유하고 있는 회사채의 50%를 출자전환하고 잔액은 3년 유예 후 3년 분할상환 받는 조건이다. 국민연금은 당초 채무조정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지만 법정관리의 일종인 P플랜에 들어갈 경우 출자전환비율이 90%까지 높아져 손실이 더 커질 것이라는 압박에 입장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기업구조조정 방법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왔지만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번 기회에 기업구조조정 방식에 대해 알아보자.
구조조정의 방법:자율협약, 워크아웃,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구조조정이라는 말은 기업의 낭비요소를 제거하고, 무수익 자산의 처분 등을 통하여 회사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일부 대기업들이 상시 구조조정이란 말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업의 역량으로 자체 구조조정을 수행할 수 없을 때 외부의 힘을 빌려 구조조정을 하는 방법으로 세 가지가 있다. 자율협약과 워크아웃,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그것이다. 뒤로 갈수록 더욱 강력한 구조조정 방법이 된다. 자율협약은 법적으로 정해진 것 없이 채권금융기관의 협의를 통해 이루어지는 구조조정 방법이다. 보통 영업이익은 발생하고 있으나 과도한 이자비용 때문에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긴 기업들이 주로 자율협약으로 구조조정을 수행한다. 채권단에서는 은행 차입금의 만기 연장과 이자율 인하, 추가 대출 등을 통해 기업을 지원하며, 기업에서는 자산의 매각, 인력의 감축, 사업부 매각 등을 약속한다. 시중은행으로만 구성된 채권단만 참여하고 사적 계약이기 때문에 채권자 간이나 기업과 노동자 간에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워크아웃은 자율협약보다는 한 단계 강도가 높은 구조조정 방법이다. 채권단이 중심이 되어 구조조정을 수행한다는 면에서는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라는 법률 하에서 수행되기 때문에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구조조정의 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구조조정촉진법'은 한시법이라서 2018년 6월 말까지 적용된다. 자율협약보다 채권단의 범위가 넓어 시중은행인 제1금융권뿐만 아니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도 채권단에 포함된다. 채권단의 75%가 찬성하면 워크아웃이 개시되며, 채권단이 제시한 조건을 무조건 기업에서 수용해야 한다. 보통 채권단에서 경영진을 교체하기 때문에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행사가 더 이상 어렵게 된다.
기업회생절차는 가장 강력한 구조조정 방법이다. 법원에서 구조조정을 주도하게 된다. 기업회생절차는 과거 법정관리라고 불렸다. 기업에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되면 법원에서 선임한 회계법인에서 회사에 대한 정밀 실사를 수행한다. 정밀 실사를 통해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구하게 되는데 계속기업가치가 높을 경우 '회생절차'에 들어가며, 청산가치가 높을 경우 회사는 청산절차에 들어간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갈 경우 상거래 채권을 포함한 모든 채무의 지급이 동결되어 지급이 정지된다. 이후 채무의 재조정 작업이 들어가는데 채무의 원리금 탕감, 이자율 조정 및 만기연장, 채무의 출자전환 등의 방법이 동원된다. 출자전환이란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기업의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통상 금융기관이 기업에 융자를 해주거나 보증을 선 자금을 회수하지 않고, 기업의 발행주식과 교환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출자전환을 하면 은행 입장에서는 부실채권을 투자주식으로 전환하여 기업을 정상화한 뒤 다른 곳에 매각할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부채를 축소함으로써 경영의 정상화를 도모할 수 있다. 반면 기업 측에서는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고, 출자전환을 한 후에도 기업의 영업이 더욱 나빠질 경우 경우 은행까지 부실해질 위험이 높다. 최근 산업은행 부실사태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보통 기업에서 자산의 매각, 경영진의 사재 출연 등의 방법을 총동원하여 채무변제계획을 작성해 법원에 제출한 후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게 되면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된다. 이때 법원에서 경영진을 선임하게 되는데, 보통 기존 경영진을 계속해서 선임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아무래도 기존 경영진이 회사의 경영과 관련한 사항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권을 갖기 위해 워크아웃이 가능한 기업임에도 바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기업들이 있었다. 보통 기업회생절차 신청 전에 회사의 주채권자인 은행, 주요 거래처와 협의를 통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은 상관행에 어긋난 것으로 보아 많은 비판에 직면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P플랜은 무엇인가?
P플랜은 'prepackaged plan'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위에서 알아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결합한 것이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신규 자금지원이 막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규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워크아웃 절차를 가미시킨 것이다.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의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17년 2분기부터 도입하기로 했고, 그 첫 대상자로 대우조선해양이 언급되었다. 상거래 채권 등 모든 채무를 조정하되 기업 회생을 위해 필요한 자금은 채권단이 지원한다. 채권단이 신규 자금 지원계획과 채무조정 등을 포함한 사전계획안을 제출하고 법원이 이를 인가하면 다시 채권단 주도의 워크아웃으로 전환해 구조조정을 하게 된다. 자금을 수혈 받는다면 청산가치보다 계속기업가치가 높아지는 경우 불가피한 회사의 청산을 막기 위해 도입하는 제도이다. 일각에서는 한진해운이 청산된 주요 원인을 추가자금지원이 막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제2의 한진해운 사태를 막기 위한 구조조정 방법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대우조선해양이 남긴 것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채권자의 채무조정안 합의로 대우조선해양이 붙이고 있던 산소호흡기마저 떨어져 나갈 위기에서는 벗어난 것 같다. 그러나 회사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관리 실패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다. 이미 투입된 자금을 제외하고도 신규로 투입할 자금이 2조9000억원에 이른다. 대우조선해양의 낙하산 인사, 분식회계 등의 비리는 국민을 실망을 넘어 분노에 이르게 하였다. 낙하산 인사는 능력 없는 경영진이 회사를 얼마만큼 망칠 수 있는지를 알게 해주었고, 분식회계는 회사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사회에 큰 비용을 치르게 하는지 알게 해 주었다. 분식회계를 적발하지 못한 안진회계법인도 영업정지라는 강도 높은 징계를 받았다. 한국공인회계사 업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으며 다시 한 번 사회적 책임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도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회사들은 계속 발생할 것이다. 그때마다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혼란은 없어야 할 것이다.
최근 한진해운, 대우조선해양 등 구조조정 과정의 진통에 따라 4월 13일 금융위원회에서 새로운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았다.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PEF 등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통한 구조조정 방안이라든지 P플랜 활성화를 통해 보다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또한 기업의 회계감사제도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현행의 외부감사인 자유수임제도는 감사인의 독립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최소한 유가증권·코스닥 상장법인의 경우만이라도 전면 지정감사제를 실시하는 방안도 좋은 해결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