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심리학] 고점 돌파의 심리학
[투자의 심리학] 고점 돌파의 심리학
닉 아밋 피델리티자산운용 투자전략커뮤니케이션팀 총괄이사
지난 3월 전 세계 주요 증시가 신(新)고점을 달성했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일본 증시의 닛케이225지수는 15년만에 처음으로 1만9000선을 돌파했다. 영국의 FTSE100 역시 증시 사상 장중 최고 기록을 세웠다. 시장의 최고점 돌파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일부 전문가들의 말처럼 경계의 신호일까.
이 질문에 간단하게 대답하자면 ‘정반대’다. 신고점을 경계의 신호로 해석하는 데는 심리적 편향이 연관되어 있다. 기술적 분석가들은 시장의 신고가 경신을 강세장으로 가는 대세상승의 전형적인 징후로 판단하고 긍정적으로 본다. 신고가 경신 이후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강화되고 투자자들의 확신이 뚜렷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각 시장의 정점은 전고점 보다 높은 시장상황을 의미하는데, 이는 단기, 중기, 궁극적으로는 장기 고점을 형성한다. 하지만 과거를 되돌아 봤을 때 주식시장은 주주들을 위해 창출되는 실질수익의 증대를 반영하면서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시장의 역사에서 매우 명백하지만, 지난 15년 동안은 일반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여왔다. 미디어에서 신고점 돌파를 자축하는 모습은 한 가지 사실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는 현재 세대가 지난 10년동안 역사상 최악의 폭락장을 두 번이나 경험했기 때문이다. 2000년과 2008년,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상승한 이후 급격한 속도로 폭락했다. 통계적으로 보았을 때 다수의 최고점 돌파가 시장의 피크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15년간 다우존스는 150번의 신고점을 기록했다.
과거를 돌아보면 시장의 마지막 고점은 시장이 조정되거나 안정화 되기 전에 형성됐다는 문제가 있었다. 따라서 시장 고점은 몇몇 투자자들에게 과거 투자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며, 심리적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 때 두 가지의 투자심리 편향이 작용하는데 첫 번째는 시장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앵커링 현상(Anchoring bias)이며, 두 번째는 인지부조화이다.
인지부조화는 대립되는 감정이나 생각을 마주할 때 가지게 되는 감정이다. 투자자들은 한편으로는 과거 고점에 도달했을 때 경험했던 가슴 아픈 기억을 떠올린다. 하지만 다른 한 쪽으로는 ‘시간이 지나면 시장이 상승한다, 시장에는 이전과 달리 지나친 투기도 낙관도 없다, 현재의 강세장은 소비자들의 소비여력 개선을 반영하고 있다, 선진 시장은 점차적으로 회복하고 있다’ 등과 같은 펀더멘털적 증거들을 마주한다. 이렇듯 두 가지 상충되는 아이디어의 압박감 속에 우리는 자신의 믿음을 바꾸거나 상충되는 증거를 무시하는 등 관점을 지지할 수 있는 근거를 찾는 과정을 통하여 인지부조화의 감정을 제거하려고 시도하게 된다.
사실, 인지부조화는 투자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나타나는 심리적 편향이다. 어느 시대 어떤 순간에도 시장이 상승할 것인지 또는 하락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있어 왔다. 인지부조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한 쪽의 의견에 너무 깊게 빠져서는 안 된다. 한 가지 의견에만 집중할 경우, 대립되는 의견을 마주했을 때 나타나는 심리적 불편함을 무조건 무시하거나 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장의 다양한 시나리오와 균형적 확률에 근거한 투자전략과 자산 다각화, 그리고 매입단가 평준화 효과(dollar cost averaging investments) 등을 활용해 시장의 급격한 변화와 앵커링 현상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투자에는 정답이나 오답이 없다. 성공적인 투자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과정이다.
최근 나스닥은 이전 고점인 2000년 3월 5048포인트 기록을 경신하는데 임박했다. 이 최고가는 투자자들이 닷컴에 대한 막연한 기대만으로 투자를 한 TMT버블의 정점이었다. 15년이 지난 지금, 투자자들은 이번 고점도 경계해야 할까.
15년간 다우존스는 150번의 신고가를 경신했으며 S&P 지수는 110번의 신고점을 돌파했다. 또한, 우리는 미국 기술 분야에서 나타난 수많은 혁신과 가치를 지켜봤다. 나스닥 지수는 2000년 당시보다 40% 적은 종목으로 구성된 완전히 다른 존재이다. 여전히 기술주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기술, 통신주에만 편향되어 있던 2000년과는 다르다.
나스닥지수는 현재 애플이 주도하고 있다. 2000년 당시만 해도 존재감이 없는 컴퓨터 제조업체였지만 지금은 컴퓨터 시장뿐 아니라 스마트워치 등 새로운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거대한 글로벌 기술브랜드로 성장했다. 1998년 설립된 구글 역시 2000년에는 인터넷검색 분야에서 영향력은 물론 이름을 들어본 사람도 많지 않았으며, 페이스북은 시작조차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현재 애플, 구글, 페이스북은 모두 수십억 달러의 이익을 내고 있다.
2000년 지수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도 아직 건재하며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배당주를 찾는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주식이다. 미국 기술 섹터는 수익을 전혀 내지 못했던 기업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상승하던 비합리적인 영역에서 벗어나 투자자들에게 주식가치의 상승으로 인한 이익과 더불어 높은 배당수익을 안겨주는 지속적인 혁신이 이루어지는 성숙한 산업으로 변모했다.
따라서 곧 이뤄질 나스닥의 신고점 달성은 우려할 사항이 아닌 마땅히 가야 할 길이다. 오랫동안 드리운 약세장의 그림자에 지친 투자자들은 호황기 시절의 느낌을 잊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회의적인 태도는 오히려 상승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회의적인 태도는 강세장에 불을 붙이지만 낙관적인 시각은 오히려 강세장의 불을 끄기 때문이다. 미국 주도하의 강세장에 대한 비교는 투자자들에게 유용한 관점을 제공할 수 있다. 2009년 3월 시작하여 60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현재의 호황은 전후 미국에 있었던 150개월 넘게 이어진 세 번의 호황기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