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심리학] 기술적 진보에 투자하라
[투자의 심리학] 기술적 진보에 투자하라
닉 아밋 피델리티자산운용 투자전략커뮤니케이션팀 총괄이사
기술적 진보(technical progress)는 기업, 경제, 주식시장의 성장동력이다. 198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던 로버트 솔로(Robert Solow) 교수는 경제 성장의 87.5%는 기술적 변화로부터 야기된다고 추정했다. 역사적으로는 철도, 전기, 텔레비전, 컨테이너 수송, 그리고 20세기 들어서는 인터넷과 게놈연구 등이 글로벌 경제 성장의 기반을 다지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종종 기술과 혁신에 대해 편향적 사고를 갖기도 한다. 지난 20세기말 통신, 미디어, 기술업종에서 발생했던 버블현상은 투자자들이 어떠한 기술적 진보에 대해 옳은 판단과 그릇된 판단을 동시에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닷컴버블의 예를 살펴보자. 당시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이 세상의 모든 것을 변화시킬 것이며, 오프라인 비즈니스는 모두 몰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사실 이러한 예측은 어느 정도 적중했다. 인터넷은 일상생활과 다양한 산업의 형태를 변화시켰다. 이젠 인터넷 없이 뉴스를 접하고, 친구와 만나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물건을 구매하는 세상을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또한 모바일 연결성(mobile connectivity),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등의 기술적 진보는 비디오 테이프, 책, 종이신문과 같은 전통적 비즈니스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기술업종의 버블 붕괴 이후에 진행된 기술적 발전의 여파는 20세기 말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컸다. 인터넷이 경제와 산업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전제는 적중했다.
하지만 문제는 투자자들의 과신과 군중행위, 집단사고 편향이었다. 주식시장의 버블은 사실을 기반으로 형성된다. 하지만 사실이 입소문과 과도한 추측을 거치면 무분별한 밸류에이션 상승을 야기한다. 인터넷 기술의 발전은 시장에서 많은 승자와 패자를 생산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승자는 기술업종 버블현상이 붕괴되고 나서야 생겨났다.
금융위기 이후 기술 및 제약주가 세계 주식시장에서 랠리를 실현했다. 그런데 행동재무적 관점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발생했다. 투자자들은 마치 한 번 혼이 난 아이가 조심하듯이 닷컴버블 당시의 실패를 기억해 매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공포는 투자결정에 있어 매우 강력한 심리적 요인이다.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투자자들은 성장을 이끄는 섹터에 투자하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기술 및 헬스케어 섹터는 웨어러블 기기와 클라우드 컴퓨팅 및 인터넷 연결성, 헬스케어 산업의 유전체학과 면역요법, 바이로테라피(virotheraphy, 바이러스를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방법) 등을 통해 놀라운 성장세를 나타냈다.
일반적으로 혁신기술은 처음 발견된 이후 소비자들의 인식과 시장의 수요 증가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주기를 따라간다. 특정 기술이 홍보 단계에서 실용적인 응용의 단계까지 움직이는 현상은 가트너(Gartner)의 유명한 기술 주기 차트(technology cycle chart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출처: 가트너(Gartner)
하이프 싸이클 그래프에 따르면 혁신적 기술은 발견 초기 단계에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 이후 어느 정도 기술의 발전이 진전된 이후에야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 이는 기술 개발 초반에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 거의 없으며, 제품에 대한 시장의 수요도 대부분 증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떠한 혁신적 기술이 상업적 상품이 되기까지의 여정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이프 싸이클에는 종종 과장되거나 대중적인 실패 혹은 잠재고객 사이에서 나타나는 실망이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기술적 진보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소비자의 요구에 맞게 변형된다는 것이다. 이는 기술이 결정적인 대량 소비를 만들어내는 상품을 만날 때까지 이어진다.
기술적 진보가 언제나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게놈 프로젝트는 1990년대 후반 큰 주목을 받았다. 2000년대 들어 인간게놈 배열이 발표되었을 때 시장은 극도의 흥분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치료방법 정도로만 여겨진다.
1999년 바이오테크 종목은 만병통치약을 통한 일확천금에 대한 기대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새로운 분야의 복잡성과 새로운 연구에 투자되는 비용, 평균 15~20년 정도의 R&D 기간과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 등을 고려하지 못했다. 결국 투자자들의 기대는 시기상조였음이 드러났다.
그런데 최근 들어 헬스케어와 바이오테크 산업 관련주가 다시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는 해가 갈수록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유전체 연구개발에 소요되는 비용 때문이다. 미국 국립인간유전체연구소에 따르면, 2001년 당시 유전체를 배열하는데 약 1억달러의 비용이 필요했다. 하지만 기술적 진보로 2006년에는 비용이 1천만달러 수준까지 줄어들었으며, 지금은 1천달러 정도면 15년전과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기술적 진보를 통한 비용감소는 연구개발의 효율을 높였다.
사물인터넷은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으며, 현재 하이프 싸이클의 정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잠재적으로 더 많은 투자기회를 낼 수 있는 기술테마의 좋은 예시다. 이는 투자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추고 새로운 승자를 식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조사에 전념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산업분야 연구원들은 2014년 현재 전 세계에 160억개의 웨어러블 기기가 존재하는데, 이 숫자는 2020년 410억개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자동온도 조절장치나 건강관리밴드 등의 유용한 단말기가 이미 이용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사물인터넷 테마가 킬러 상품을 통해 소비자의 유용성이라는 인식에 파고들어 시장수요를 이끌어내기 까지는 앞으로 몇 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사물인터넷 테마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진정한 혁신기업이 어떻게 그들의 핵심 혹은 기존의 전문 분야 밖의 사업모델 붕괴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구글은 19년전 웹사이트 검색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정 광케이블(Fibre-to-home), 홈 오토메이션, 구글차, 구글 스마트안경 등 다양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으며 통신기반, 유틸리티, 보험 산업까지 넘보고 있다.
피델리티의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의 진화와 산업에 대한 연구 모델을 세울 때 잠재적 파급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한 새로운 시장 진입이나 새로운 기술 혹은 최종 소비자 수요의 변화가 있을 때 기업이나 산업의 수익률 프로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분석한다. 이런 펀더멘털 조사가 모든 투자자들에게 필수적인 반면 기술의 하이프 싸이클과 하이프 싸이클이 조장하는 심리적 편향을 인지하는 것은 기술 진보의 상황에서 성공적인 투자를 이끄는 핵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