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심리학] 인센티브의 힘
[투자의 심리학] 인센티브의 힘
닉 아밋 피델리티자산운용 투자전략커뮤니케이션팀 총괄이사
왜 헌혈하는 사람들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제공하면 오히려 헌혈하는 사람의 수가 줄어드는 걸까. 왜 어린이집에 아이를 늦게 찾으러 오는 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하면 오히려 지각하는 부모들이 더 늘어나는 걸까. 부실한 보상체계가 때로는 무분별하고 노골적인 사기로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이러한 현상들은 모두 인센티브의 힘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의 모든 행동은 인센티브와 깊은 관련이 있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인센티브란 우리의 모든 행동과 의사결정의 근본에 있는 동기와 자극을 의미한다. 경제학은 주로 보상과 관련된 인센티브를 연구하지만 이외에도 윤리적이고 강압적인 인센티브 등 다양한 인센티브들이 있다. 즉 올바른 일이기 때문에 혹은 그렇게 해야만 하기 때문에 특정한 행동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
인센티브와 인센티브 구조는 개인과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항목임에도 불구하고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인센티브 제도는 좋은 의도로 만들어졌지만 계획대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헌혈하는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경우 오히려 사람들이 헌혈을 꺼리게 되는 이유는, 헌혈의 일차적인 인센티브가 윤리적이고 자선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헌혈의 값을 어떻게 책정할 것인가도 문제가 된다.
어린이집 사례도 마찬가지다. 지각하는 부모들에게 벌금을 부과할 경우 이전에는 혼자 늦게 와서 느끼는 창피함이 컸다면 벌금 부과 후에는 지각 자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이 경우 금전적 인센티브 보다 사회적 인센티브가 강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렇게 정책이나 인센티브 체계에 대해 예상 밖의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코브라 효과(Cobra effect)라고 한다. 이 말은 인도의 영국 식민지 시절에 유래되었다. 당시 델리에는 독성 강한 코브라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이 국가적인 문제로 떠올랐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 정부는 죽은 코브라 한 마리당 포상금을 지급했다. 정책 시행 초기에는 코브라 수가 감소했지만 ‘기업가’들이 포상금을 받기 위해 코브라를 사육하기 시작하면서 경제적 인센티브로 작용했다. 결국 정책은 폐지됐고, 코브라 수는 처음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인센티브와 인센티브 체계가 우리의 모든 행동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때로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에까지 작용한다. 최근 경제학에서는 부실한 인센티브 체계로 고위 임원진의 무분별한 의사결정을 초래한 기업 회계스캔들 여파로 인센티브 구조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아담 스미스(Adam Smith)가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상인들이 사회적 선(善)을 증대시킨다'는 주장을 펼친 이후 전통 경제학은 인간이 경제적 인센티브에 합리적으로 반응한다고 가정해왔다. 예를 들어 특정 제품의 가격이 오르면 돈을 절약하기 위해 제품을 구매하지 않으며, 우수한 기업의 주식이 저렴하면 주식을 매수하고 비싸면 매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행태재무학(behavioural finance)에 따르면 사람들이 매번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기업의 가치평가 등과 같이 방법론적인 계산이 필요한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종종 합리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곤 한다. 우리는 주식과 업종에 내재되어 있는 공정가치(intrinsic fair value) 이상으로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실제로 2000년 TMT버블 때는 기대가 현실을 앞질렀다.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심한 시기에도 인센티브에 반응한다. 단, 전통 경제학자들이 예상하는 인센티브에 반응하지 않을 뿐이다. 모두가 주가와 가치에 대해 냉철하고 계산적인 평가를 내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심리학과 신경과학이 반영된 행태재무학 실험에 의하면 사람들은 무엇보다 감성적인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시장 매도세(sell-off)에 편승하여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매도하는 것은 합리적인 장기 저축목표와 정반대 되는 행동이다. 신경과학 이론에 따르면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뇌의 부분은 편도체와 측좌핵으로 두려움과 보상의 감정을 처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다시 말해 복잡한 계산과 상위 의사결정을 관장하는 전전두엽 피질 부위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뇌의 두려움과 보상 센터는 우리가 인지하는 것 이상으로 인간의 행동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을 수도 있다.
1950~1960년 대 미국 정부는 안전띠 착용, 계기판 보호패드, 충격보호 유리판(windshield) 등 차량 안전과 관련된 다양한 법률을 도입했지만 오히려 자동차사고는 증가했다. 자동차가 안전해지자 운전자들이 안전운전에 소홀해졌기 때문이다. 즉 차량이 ‘위험’할 때는 운전자들이 더욱 안전운전을 하게 되는 인센티브가 있었던 것이다.
최근 진행된 한 실험이 이를 잘 보여준다. 네덜란드의 두 도시 드라흐텐(Drachten)과 마킹가(Makkinga)에서는 교통 안전을 증진하기 위해 신호등과 표지판을 모두 제거했다. 그 결과는 상당히 놀라웠다. 한 교차로의 경우 이 제도가 시행되기 전 4년 동안 교통사고가 36번 발생했는데 시행 이후 2년 동안 단 2번의 사고만 발생했다. 엄격한 교통규칙이 부재하고 불확실성이 커지자 조심스럽게 운전해야 한다는 인센티브가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책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은 이러한 정책들이 인간의 본성과 인센티브에 대한 반응을 제대로 이해하는 경우는 드물다. 인센티브의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투자분석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예를 들어 투자 대상이 되는 기업의 경영진들이 어떠한 인센티브 환경에 있는지를 살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보상 정책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1990년대에는 CEO가 기업실적 개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상당한 금전적 보상(주가 상승을 통한 차익 실현)을 제공하는 스톡옵션이 인기를 끌었다. CEO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하여 주가가 상승할 경우 이에 기여한 부분을 정직하게 가져가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러한 보상체계를 악용해 단기적으로 실적 악화를 유도한 뒤 공격적으로 실적을 올리거나 회계를 조작해 성공의 환상을 심는 CEO들이 나타났다. 실제로 이들은 이런 방식을 통해 주가 상승을 주도하여 이익을 챙겼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발생한 월드컴(WorldCom)과 엔론(Enron)의 회계부정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두 회사 모두 주가 상승을 유도하기 위해 창의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이익을 부풀리고 비용 인식을 회피했다. 월드컴의 CEO 버니 에버스(Bernie Ebbers), 엔론 회장 켄 레이(Ken Lay)와 CEO 제프리 스킬링(Jeffrey Skilling)을 비롯한 고위 경영진들은 회사가 파산하기 한 달 전부터 수백만 주의 스톡옵션을 매도하여 이익을 챙기려 했다. 이 사건으로 에버스, 레이, 스킬링 모두 사기죄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증시 애널리스트의 역할 중 하나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회계상의 경고를 인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엔론의 2000년 까지 5년간 매출 증가세를 살펴보자. 많은 의문이 생길 것이다. 엔론의 매출은 전례 없이 단 5년 만에 90억달러에서 1000억달러로 증가했다. 2000년에만 매출이 150% 성장했지만 이익은 10% 증가하는데 그쳤다. 엔론은 실현되지도 않은 그리고 발생하지도 않은 매출을 기록했으며 대차대조표에 나타나지 않은 파트너십을 이용해 막대한 손실을 감추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단기 이익을 증가시키기 위한 M&A도 유의해야 한다. 월드컴은 짧은 설립 기간 동안 70건의 M&A를 단행할 정도로 M&A를 이익부풀리기 수단으로 사용했다. 이러한 관행은 2000년 규제 당국이 스프린트(Sprint) 인수 승인을 거절할 때까지 계속됐다. 이 시점에서 월드컴은 손익계산서에 표기되어야 하는 일반운영비용을 대차대조표의 자본적 지출로 처리했다. 이를 통해 월드컴은 내부 감사인에 의해 만행이 발견될 때까지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목표로 하는 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으며, 버니 에버스 CEO는 이 기간동안 스톡 옵션을 대규모로 처분했다.
기업의 재무제표를 검토할 때 또 한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정확한 숫자만큼이나 질적인 분석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기업이 회계공시를 보수적으로 혹은 공격적으로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기업들이 수치를 계산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에 회계는 정확한 숫자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의 회계보고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유익할 수 있다.
이렇게 보상 체계는 경영진의 동기부여 및 리스크 감수 의지에 근본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보너스 체계가 단기 실적주의를 조장하고 과도한 리스크를 감수하도록 부추긴다는 이유로 비난 받았다. 이보다 바람직한 방법으로는 장기 인센티브 플랜(LTIP)이 있지만 이 역시 장기적이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식보유기간을 최소 5년으로 정해 경영진이 오랫동안 많은 주식을 보유하면서 보수와 기업의 장기 성과가 부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센티브는 중요하다. 투자자들의 의사결정 및 기업 경영진의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관련 의사결정을 내릴 때에는 동기부여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장기 투자목표에 부합한 것인지 혹은 단기적인 인센티브에 현혹되어 감정적으로 내린 의사결정인지 자신에게 물어보고 잘 생각해 봐야 한다. 후자의 경우 장기 투자목표에 전면으로 대치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업 회계를 면밀하게 분석하면 최악의 상황을 면하게 해준다는 점 또한 기억해야 한다.